어쩌면 일지
[입시전문가의 AI 실험기] 생활기록부를 AI에게 요약시켜봤더니 본문
안녕하세요!
지난 두 편의 글에서는 GPT로 모의면접 질문을 만들어본 경험과 Claude에게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아본 실험을 공유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세 번째 이야기로 생활기록부를 AI에게 요약시켜본 실험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인 생활기록부! 과연 AI는 이 복잡한 문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요약할 수 있을까요?
문장 간 연결성과 핵심 활동 파악 능력은 어떨지, 실제 실험 결과를 공유합니다.
실험 배경: 생활기록부, 왜 AI 요약을 시도했나?
입시 컨설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꼼꼼히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빼곡히 담긴 이 문서에는 학생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동시에 그 방대한 양 때문에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죠.
특히 수시 전형을 준비할 때 생활기록부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특이사항
- 창의적 체험활동의 주요 내용과 성과
-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나타난 활동과 역량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담긴 교사의 평가
이런 내용을 일일이 찾아 정리하는 것은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인데요,
'이 과정을 AI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번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실험 방법: 어떻게 AI에게 생활기록부 요약을 요청했나?
이번 실험은 실제 고등학생의 생활기록부를 활용했습니다(물론 개인정보는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실험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요약 영역 지정: 생활기록부의 다음 영역에 대한 요약 요청
- 출석 상황 및 특이사항
- 성적 특이사항
- 학년별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주요 내용
- 학년별/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주요 활동 및 교사 평가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에 나타난 교사 평가
- 요약 형식 지정: 처음에는 자유롭게 요약하도록 한 뒤, 점차 구체적인 형식을 제시
[학년/학기] [활동 영역]: - 주요 활동: [구체적인 활동명] - 나의 주제/역할: [구체적 내용] - 생기부에 등장한 역량 키워드: [키워드 나열] - 교사 평가: [있을 경우만 기재] - 배운점/느낀점: [있을 경우만 기재]
- 단계적 피드백: AI의 첫 요약본을 검토한 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
AI 생활기록부 요약의 결과
1. 출석 및 성적 특이사항 요약
가장 먼저 눈에 띈 점은 AI가 출석이나 성적 특이사항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AI 요약 - 출석 특이사항]
"학생은 3년간 출석 상황에 큰 특이사항이 없으며,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상황]
2학년 2학기에 병결 5일, 3학년 1학기에 인정유도결석 2일이 있었으나 AI는 이를 '특이사항 없음'으로 판단
성적 특이사항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AI는 무엇이 특이사항인지, 어떤 정보가 입시에 중요한지 판단하는 데 한계를 보였습니다.
2.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요약
창체 활동 요약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주요 내용을 비교적 잘 추출해냈습니다.
[AI 요약 - 1학년 창체 동아리활동]
1학년 1학기 창체 동아리: 경제탐구반
- 공통활동: 최신 경제 이슈에 관한 PPT 발표
- 나의 주제: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일자리 변화'
- 생기부에 등장한 역량 키워드: 분석적 사고력, 발표력, 자료 해석 능력
- 교사 평가: "경제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논리적인 발표 능력이 돋보임"
- 배운점/느낀점: 경제학 교수라는 진로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됨
그러나 여기서도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 주요 내용을 빼먹거나 중요도 판단 오류
- 실제 기록에 없는 내용을 유추하여 추가
- 구체적인 활동명을 포괄적인 용어로 대체
예를 들어, '알고리즘 기반 주식 투자 모델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활동명이 AI 요약에서는 '경제 모델 연구'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3.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요약
세특 요약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AI는 세특의 내용을 너무 상세하게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활동 중심으로 요약하라'고 지시했을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상세한 요약은 실제 세특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다름없었기에, 활동 중심의 간결한 요약을 다시 요청했습니다.
[수정 요청 후 AI 요약 - 수학 세특]
2학년 수학 세특:
- 주요 활동: 미적분의 기하학적 의미 탐구 프로젝트, 수학 개념 스터디 그룹 참여
- 나의 역할: 스터디 그룹 리더, 개념 설명자
- 생기부에 등장한 역량 키워드: 공간 지각력, 통찰력, 응용력, 리더십
- 교사 평가: 수학적 개념을 실생활에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남
이렇게 수정된 요약에서는 다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 실제로 없었던 '스터디 그룹' 활동을 유추하여 추가
- 생기부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역할'을 임의로 부여
- 교사 평가의 뉘앙스를 정확히 포착하지 못함
4.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 요약
행특 요약에서는 또 다른 특징적인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AI는 교사들이 '돌려 표현한' 평가의 실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문 행특]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으로 선생님들과의 관계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줌.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열정이 있으나, 때로는 이러한 적극성이 오해를 받기도 함."
[AI 요약]
"사교성이 좋고 열정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긍정적인 학생"
[실제 의미]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거나 친구들과 떠드는 경우가 많고, 학업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이처럼 AI는 교사들이 학생의 단점이나 개선점을 완곡하게 표현한 내용을 대체로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AI 생활기록부 요약의 개선 과정
초기 요약의 문제점을 발견한 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AI의 요약 능력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1. 구체적인 요약 형식 제공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매우 구체적인 요약 형식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학년 1학기 창체 동아리:
- 동아리명: [정확한 동아리명]
- 공통활동: [생기부에 실제로 언급된 활동명만]
- 나의 주제: [있을 경우에만, 정확히 기재된 주제명]
- 생기부에 등장한 나의 역량 키워드: [교사가 실제 언급한 키워드만]
- 친구들의 반응: [언급된 경우만]
- 교사 평가: [직접 인용 방식으로]
- 배운점/느낀점: [언급된 경우만]
- 후속 연구 계획: [언급된 경우만]
이러한 구체적인 형식을 제공하고 "생기부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은 절대 추가하지 말 것"을 강조했을 때, AI의 요약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2. 유추 금지 지시
AI에게 "내용을 유추하거나 확장하지 말고, 오직 생기부에 실제로 기재된 내용만 요약할 것"을 명확히 지시했습니다. 이는 특히 세특 요약에서 효과적이었습니다.
[수정된 지시 후 AI 요약 - 수학 세특]
2학년 수학 세특:
- 주요 활동: 수업 중 미적분 개념 학습 및 문제 해결
- 나의 역할: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음
- 생기부에 등장한 역량 키워드: 공간 지각력, 통찰력, 응용력
- 교사 평가: "미적분의 기하학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학적 개념을 실생활 문제에 연결시키는 통찰력이 돋보임"
3. '특이사항' 기준 명확화
출석이나 성적 특이사항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AI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출석 특이사항 기준:
- 학기당 무단 결석 1일 이상
- 학기당 사유 결석 4일 이상
- 지각/조퇴/결과가 학기당 총 4회 이상
- 특별한 사유(예: 장기입원)가 언급된 경우
성적 특이사항 기준:
- 학기간 성적 변화가 0.4 이상일 때
- 특정 과목군에서 두드러진 강점/약점
- 교과 세특에서 특별히 언급된 성취도 변화
이러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후에는 특이사항 포착 능력이 개선되었습니다.
AI 생활기록부 요약의 강점과 한계
강점:
- 방대한 정보 처리: 긴 생활기록부에서 빠르게 주요 정보를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 일관된 형식 적용: 한번 형식이 정해지면 모든 항목에 동일한 형식을 적용하여 체계적인 요약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키워드 추출: 세특이나 행특에서 학생의 역량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비교적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 검색 효율성: 특정 활동이나 평가를 찾을 때 AI 요약본이 빠른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한계:
- 맥락 이해 부족: AI는 생활기록부의 맥락이나 입시에서의 중요도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 사실 추가/누락: 명확한 지시 없이는 없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 뉘앙스 파악 한계: 교사가 우회적으로 표현한 학생 평가의 실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형식 의존성: 정확한 요약을 얻기 위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형식 지정이 필요했으며, 이는 오히려 추가 작업을 요구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생활기록부 AI 요약 활용법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가장 효과적인 활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기 검토용으로만 활용
AI 요약은 생활기록부의 전체적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 초기 단계에서만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중요한 판단이나 분석은 반드시 원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2. 맞춤형 프롬프트 템플릿 개발
여러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요약하기 위한 표준화된 프롬프트 템플릿을 개발했습니다:
다음 생활기록부를 요약해주세요. 다음 규칙을 엄격히 따라주세요:
1. 생기부에 실제로 기재된 내용만 포함할 것
2. 유추하거나 내용을 추가하지 말 것
3. 다음 형식에 맞춰 작성할 것: [세부 형식 제시]
4. 특이사항은 다음 기준으로만 판단할 것: [특이사항 판단 기준 제시]
3. 인간 전문가의 검증 필수화
AI가 생성한 요약은 반드시 입시 전문가가 검토하여 정확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행특의 뉘앙스나 중요도 판단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두었습니다.
4. 활용 범위 제한
AI 요약은 주로 다음과 같은 제한된 용도로만 활용했습니다:
- 학생의 주요 활동 목록 초안 작성
- 세특/행특에서 언급된 핵심 역량 키워드 추출
- 학년별 활동의 연속성/변화 패턴 파악
실제 적용 사례와 시간 효율성
실제 학생 컨설팅에 이 방법을 적용해본 결과, 일정 부분 시간 효율성 향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방식]
- 생활기록부 첫 검토: 약 5분
- 주요 내용 수기 정리: 약 20~30분
- 총 소요 시간: 약 20~40분/학생
[AI 활용 방식]
- AI 요약 생성 및 검토: 약 1분
- 원문 확인 및 수정: 약 10분
- 총 소요 시간: 약 10~15분/학생
이처럼 AI를 활용할 경우 학생 한 명당 약 10-30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을 담당하는 입시 컨설턴트에게는 상당한 효율성 향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마치며: AI 생활기록부 요약,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이번 실험을 통해 AI가 생활기록부 요약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지시와 형식을 제공했을 때, 기초적인 정보 추출은 꽤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는 생활기록부의 맥락과 뉘앙스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특히 교사가 우회적으로 표현한 평가의 실제 의미나, 입시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결국 AI 생활기록부 요약은 입시 전문가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초기 검토와 기초 정보 정리를 돕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행착오와 개선을 통해 AI가 입시 컨설팅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탐색해 나가겠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AI가 추천한 전공 선택 기준에 대한 실험을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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